학폭→대폭→직폭…'연진이 버릇' 평생간다

입력 2023-04-14 18:37   수정 2023-04-15 01:18

어렸을 때부터 대구에서 야구를 해왔던 A군은 최근 운동을 그만뒀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훈련이 끝나면 선배 방에서 한 시간 이상 선배의 어깨와 등을 마사지했다. A군은 “마사지를 하고 나면 손이 저리고 팔이 아파 다음 훈련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고등학교에서도 괴롭힘이 이어지자 A군은 학교 측에 신고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은 사회봉사 10시간과 출석정지 17일에 그쳤다. 복귀 후 욕설과 따돌림이 이어졌다. A군은 결국 야구선수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학폭의 사슬
14일 경찰에 따르면 한번 시작된 학교폭력의 사슬이 고등학교 대학교를 넘어 직장으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예체능 계열 등에서 ‘학폭’의 사슬이 길게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비인기 종목의 유망 선수였던 B군은 운동을 그만둔 지금도 성적(性的) 트라우마에 시달려 정신 치료를 받고 있다. 운동이 끝난 뒤 탈의실 등에서 동성 선배로부터 “××를 만져보라”는 등의 성폭력을 중학교 시절부터 수년 동안 당했기 때문이다. 동료 선배들 역시 “다들 하는 장난인데 유별나게 군다”며 괴롭힘을 눈감았다. B군은 “비인기 종목 특성상 이들과 대학까지 같이 다녀야 했기 때문에 평생 저항이나 신고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선·후배 간의 관계가 전체 진로를 좌우하는 예술계 등에서도 학폭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대 음대 대학원에 다니는 C씨는 해당 분야 선배이자 교수인 D씨로부터 지속적인 신체 접촉 등의 성희롱을 당했다. 그가 해외 학회 출장 중에 숙소에 강제 침입한 일도 있었다. C씨는 진로에 방해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년간 참은 끝에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해당 교수는 해임됐다. 이동현 법무법인 더앤 변호사는 “예체능 계열 학폭은 긴 시간 괴롭힘을 당하다가 그만둔 뒤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상명하복 조직 내 ‘직폭’ ‘갑질’ 심화
폭력의 사슬은 대학을 거쳐 직장에서 ‘갑질’과 ‘괴롭힘’으로 진화한다. 회사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폐쇄적인 분야의 직장일수록 상사가 후배 직원에게 욕설이나 모욕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30대 초반 여성 김모씨는 “야근수당과 추가 근무수당을 더 챙겨달라”는 부서장의 요구를 거절한 후 사원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 새끼” 등의 욕설을 수시로 들었다. 김씨는 “인격 모독을 당하면서도 회사 규모가 작아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가해자와 하루 종일 같이 일하다가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상명하복’ 문화가 심한 경찰과 군에서도 이런 ‘갑질’이 끊이지 않는다. 경찰청은 이날 부하 직원을 상대로 갑질한 C모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에게 직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는 경리계 일반직 공무원 B씨에게 자비로 화환을 배송하라고 지시하는 등 예산지침을 어기고 부당한 인사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근무 장소를 변경하거나 유급휴가를 갈수 있다. 그러나 직장 규모가 작으면 부서를 옮기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

이광식/최해련/박시온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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